이 기사는 06월 22일 04:16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조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인 ‘기업구조혁신펀드’ 출자를 앞두고 운용사(GP)들이 연합군 형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 NH금융, 미래에셋금융 등 자금력이 풍부한 금융그룹을 둔 운용사들이 기업 구조개선 분야 투자경험이 풍부한 운용사들과 힘을 합치면서다. 반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돈을 대기로 한 출자기관들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펀드 조성은 계속 늦춰지는 모양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 벤처캐피탈(VC)인 미래에셋벤처투자가 큐리어트파트너스와 공동으로 기업구조혁신펀드에 참여하기로 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300억원을 출자하기로 확약하면서 연합군 형성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큐리어스파트너스는 작년 이랜드리테일 상장 전 지분투자 등 기업 구조개선 분야에 강점을 가진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이밖에도 금융지주 계열의 NH PE와 우리 PE는 각각 기업 구조개선 분야 투자 경험이 풍부한 오퍼스 PE, 큐캐피탈파트너스와 공동으로 기업구조혁신펀드 참여를 결정했다. KB금융그룹 계열인 KB인베스트먼트는 서진오토모티브 계열사와 연합전선을 형성했다.
운용사들이 연합군 형성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기업구조조정 분야의 운용 경험이 풍부한 곳과 금융그룹 계열 운용사가 힘을 합칠 경우 운용사 선정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모(母)펀드의 운용책임을 진 한국성장금융을 통해 출자받는 5000억원 외에 나머지 5000억원을 운용사가 직접 시장에서 마련해야 하는 만큼 조달 능력이 중요한 가점 요인이 될 수 있다.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금융그룹을 뒷배경으로 한 PE들은 그만큼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성장금융은 시중은행 등에서 2500억원의 출자확약을 받았고, 나머지 2500억원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캠코, 기업은행 등 4곳에서 자금을 동원해 500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기존에 산업은행 등을 통한 국가 중심 구조조정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에 따라 민간 시장 중심이 구조조정 관행을 도입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활발한 움직임이 있는 것에 반해 출자 승인이 지연되면서 펀드 출범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경우 ‘수출 촉진 및 수출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경우에 한해 펀드 출자를 할 수 있다는 항목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구조조정 분야에 출자할 경우 수은법에 저촉될 수 있어서다.
이처럼 깐깐한 실무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출자기관들이 ‘민간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다’는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투자금을 원금손실 없이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없다는 의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펀드추진 동력이 과거에 비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며 “이 경우 출자기관 실무진들은 출자 실패의 책임이 되돌아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수은법 해석을 놓고 의견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획재정부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