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1일 17:48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임 안건에는 '중립'으로 표결하기로 방침을 정한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지분을 각각 9.62%, 9.61%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결권 전문위)는 21일 회의를 열고 22일로 예정된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권 교수는 KB금융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인물이다. ‘이사회에 인사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게 추천 이유다.

의결권 전문위는 “현재 KB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상 주주제안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미 이사회 내에 인사 전문가가 있기 때문에 권 교수가 추가로 선임된다고 하더라도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병남 사외이사는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노사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LG그룹 경영개발원 인화원장(사장)을 지낸 인사 전문가다. 하지만 이 이사는 지난 1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에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상태다. KB금융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의결권 전문위가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반대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전문위의 전문성이 심히 의심된다”고 말했다.

의결권 전문위는 또 (권 교수를 추가로 사외이사로 선임해) 사외이사 한명을 증원하는 건 ‘적정 비율의 사외이사 구성’이라는 국민연금 의결권 지침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현재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윤종규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KB금융지주는 정관에 따라 전체 이사를 30명까지 둘 수 있다. 이 중 사외이사는 5명 이상, 혹은 전체 이사의 과반수 이상으로 해야 한다. 이론상으로는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수 있지만 사내이사와 비교해 사외이사 수가 이미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결권 전문위는 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사추위와 같은 이사회 내 위원회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여 적정비율의 사내이사,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열린 KB금융지주 임시 주총에서는 노조가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안건임에도 불구하고 의결권 전문위에 부의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찬성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됐다. 국민연금이 노동 이사제 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해당 안건은 발행주식 총수 대비 13.73%만 찬성해 부결됐다.

한편 국민연금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안건과 관련해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를 열고 '중립 투표'를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 투표는 다른 주주들의 찬성, 반대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투표 방식이다.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는 오는 23일 열린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김 회장 연임에 대해 '찬성'을,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ISS의 의견을 주로 참고하는 외국인들의 지분율이 73.51%에 달해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