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7일 16:27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액면가(1만원)의 40%대까지 떨어졌던 현대상선의 회사채 가격이 6000원대를 회복했다. 회사 존속의 관건인 용선료(선박 임대료) 조정 협상이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상선180은 이날 장내채권시장에서 전날보다 액면가 1만원당 148원 오른 6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상선이 2012년 7월3일 발행한 5년 만기 회사채다. 거래량은 전날(2700만원어치)보다 30배가량 폭증한 9억2700만원어치였다. 장내채권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거래하는 곳이다. 이 회사채 가격은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불거진 지난달 말 4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었다.

이날 현대상선177-2(잔존 만기 1개월) 현대상선179-2(10개월) 현대상선186(신주인수권부사채·3년3개월) 등 장내시장에서 거래되는 다른 현대상선의 회사채 가격도 일제히 20%씩 상승, 6000원대를 회복했다.

현대상선은 전날 선박을 빌려준 선주 5곳 가운데 그간 유일하게 협상을 거부해온 조디악이 입장을 바꿔 용선료 조정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4곳의 선주들은 용선료 조정에 호의적이어서 조디악과의 일대일 협상이 마무리되면 전체 용선료 협상도 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사 채권 판매 담당자는 “용선료 협상 진전으로 법정관리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회사채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수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했다. 이날 현대상선의 주가도 가격제한폭(29.65%)까지 오른 1만2200원에 마감했다.

현대상선은 오는 31일과 내달 1일 장내시장에서 거래 중인 회사채 4종과 지난 3월 만기 연장에 실패한 현대상선176-2에 대한 채무 재조정을 위해 사채권자 집회를 연다. 총 8043억원인 채권액 중 50% 이상을 현대상선의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일괄적으로 5년(2년 유예, 3년 분할 상환)으로 늘리는 방식이다. 이날 현대상선180을 종가인 6250원에 산 투자자의 경우 채권액 100%를 출자전환하면 4000원가량의 매매 차익을 챙기는 셈이다. 현대상선은 이미 채무 재조정안 의결 정족수(금액 기준 채권자의 3분의 1)를 확보해놓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헌형/김익환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