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5일 05:00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GS그룹이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잡고 국내 1위 보톡스 회사인 휴젤을 인수한다. 이를 통해 처음으로 바이오 분야에 진출해 신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GS컨소시엄은 이날 휴젤 최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로부터 지분 42.9%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GS컨소는 지주사인 ㈜GS를 중심으로 싱가포르계 바이오 투자 전문 운용사 C-브리지캐피털(CBC),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 국내 PEF IMM인베스트먼트 등 4자연합으로 구성됐다.

휴젤 인수에는 휴젤의 중국 사업 파트너사 사환제약을 중심으로 한 린드먼아시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컨소시엄도 적극 나섰지만, GS컨소가 거래 종결성, 향후 회사 운영 등 다방면 요건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초반부터 승기를 잡고 마침내 인수에 성공했다. 거래 금액은 약 1조7000억원이다. GS가 전체 자금의 절반 수준을 대고, 나머지 자금을 투자자들이 채우는 구조로 알려졌다. 거래는 이르면 내달 중 최종 마무리가 될 예정이다.

휴젤은 2001년 설립된 국내 1위 보톡스 업체다. 시장점유율이 50%에 이른다. 일본 대만 베트남 등 27개국에 수출한다. 2010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보툴리눔톡신 개발에 성공한 뒤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5년 당시 국내 1위이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분쟁을 벌이고 품목 허가 취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휴젤이 선두로 도약했다. 지난해 매출 211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GS는 휴젤 인수로 바이오 분야 진출에 속도를 내게 됐다. GS는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 GS에너지 등 정유업종의 성장성이 약해지자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에 맞춰 미래 먹거리 사업을 고민해 왔다. 신사업으로 바이오 산업을 낙점하고, 그룹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진출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번 휴젤 인수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지휘 아래 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GS는 휴젤의 해외 시장에서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보톡스 시장은 이미 휴젤을 포함한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 ‘빅3’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휴젤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는 휴젤이 유일하다.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로부터 보톡스 제품 ‘레티보’의 판매 허가 승인을 받아 판매 중이다. 중국의 보톡스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현재 약 65억위안(약 1조1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약 180억위안(약 3조2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사환제약이 휴젤 인수에 적극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휴젤의 실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2분기에 매출 645억원, 영업이익 2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3.7%와 59.1% 늘어난 수치다.

GS가 FI로 C-브리지를 끌어들인 것은 아시아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2014년 설립된 C-브리지는 아시아 내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진단 분야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싱가포르계 벤처펀드 운용사다. 또 다른 재무적 투자자 무바달라는 아부다비투자청과 함께 중동의 양대 국부펀드로 꼽힌다. 부동산, 인프라 등에 메자닌 투자를 위주로 하는 IMM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 GS와 여러차례 거래를 통해 신뢰를 쌓아온 운용사다.
[마켓인사이트 단독] GS, 휴젤 인수...1조7000억에 계약 체결

GS는 이번 거래로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뒤 처음으로 조(兆)단위 인수에 성공했다. GS의 경영권 인수 거래는 2009년 쌍용(현 GS글로벌)과 2014년 STX에너지(현 GS E&R) 인수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외에도 대우조선해양, 하이마트, 두산인프라코어 등 기업의 인수를 다양하게 검토하긴 했지만 인수전을 완주한 적이 없다. 그러다가 지난해 허 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 내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실무 작업은 허 회장의 5촌 조카인 허서홍 전무가 이끄는 사업지원팀이 맡았다.

IB업계 관계자는 "GS그룹이 조직 변화를 위해 초반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인수를 추진했다"며 "매각 측에서도 휴젤을 해외 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더 키우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보다는 국내 기업이 더 적합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