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6일 11:16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정국 두산공작기계 부사장은 임일순 홈플러스 부사장(CFO)에게 ‘룩센트인코퍼레이티드라는 컨설팅 회사를 써보라’고 조언했다. 2015년 9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한국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고가인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듬해 여름의 일이다. 임 부사장은 인수 후 통합작업(PMI)을 맡긴 글로벌 컨설팅 회사가 홈플러스 실무진과 엇박자만 내고 있어 애를 먹고 있었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운용사인 칼라일이 2014년 인수한 국내 2위 보안업체 ADT캡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이번엔 MBK가 인수한 두산공작기계의 CFO로 영입됐다. PEF 투자기업 운영에 능력을 인정받는 전문 경영인답게 PMI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룩센트를 처음 접한건 ADT캡스 시절이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비해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성과는 고무적이었다. 기존 컨설팅 회사와 전혀 다른 업무 스타일에 반해 두산공작기계의 PMI를 다시 맡기고 임 부사장에게 추천까지 할 정도로 팬이 됐다.

룩센트가 일하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두산공작기계 제품의 조작판 화면 프레임 재질을 금속에서 강화 플라스틱으로 바꾼 것이다. 두산공작기계 경영진단을 맡은 이주명 상무와 정재상 이사는 금속 프레임을 강화 플라스틱으로 바꾸면 성능은 유지하면서 단가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봤다. 화면 프레임의 종류가 1000가지를 헤아리는 두산공작기계 제품 수 만큼 많다는게 문제였다. 디자인과 크기가 조금씩 다르고 내장형과 노출형 등 조립방식도 달랐다. 설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설계 담당자들이 저마다 제각각으로 프레임을 디자인한 탓이었다. 플라스틱 프레임은 금속틀에 액화 플라스틱을 부어 대량으로 찍어내는 사출금형 방식을 쓰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는 경제성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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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무와 정 이사는 수백가지에 달하는 프레임을 3가지 타입으로 표준화 및 공용화하기로 했다. 사출금형이 가능한 최소수량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해오던 업무방식을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 두산공작기계 설계팀은 마뜩찮아 했다. ‘수백가지 프레임을 3가지로 줄이기 어려운 이유’를 매주 수십개 씩 가져왔다. 그러면 룩센트 팀과, 연구개발(R&D) 생산기술 구매 등 두산공작기계 각 부서에서 선발한 실무팀이 매주 머리를 맞대고 안되는 이유를 줄여나갔다. 설계팀대 경영개선프로젝트 팀의 ‘새로운 문제제기→문제해결’식 줄당기기 3개월. 마침내 두산공작기계의 모든 제품의 조작판 화면 프레임은 플라스틱 재질의 3가지 타입으로 표준화됐다. 절감률은 40~60%에 달했다. 지금까지 개당 10만원이었던 프레임을 4만~6만원에 만들게 됐다는 의미다. 2016년 2월부터 룩센트와 두산공작기계 직원 175명은 4개월 동안 설계 최적화, 부품 표준화·공용화를 위해 총 677건의 아이디어를 짜냈다. 6주간의 경영진 회의 끝에 최종 채택된 아이디어는 137건. 경영진단 덕분에 40억~50억원을 절감했다.

◆‘공장밥’ 먹어본 컨설턴트

경영학과 출신이 많은 일반 경영 컨설팅 회사들은 상황을 간명하게 도식화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명확한 개선책을 제시하는 ‘빅 픽처(큰 그림)’에 능하다. 대신 사출금형 도입을 추진하고 설계팀과 갑론을박 하는 일은 기계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려운 일이다. 룩센트 팀이 가능한 건 ‘공장밥’을 먹어본 컨설턴트들로 구성된 회사여서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동문으로 석사까지 마치고 각각 노틸러스효성,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여러 해 동안 일한 이 상무와 정 이사에게 선반과 밀링머신 같은 공작기계는 익숙한 것들이었다. 정 이사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까지 땄다. 이들 뿐 아니라 오승목 대표(경희대 화학공학과-LG화학)와 황태영 부대표(서울대 기계설계학과-시카고대 MBA-삼성탈레스) 최병식 이사(한양대 기계공학과-현대중공업) 등 룩센트의 주요 인력들은 예외없이 이공계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을 구르다 컨설턴트로 전직한 이력을 갖고 있다.

오 대표가 2008년 8월 이공계 출신 현장 경험자들로 컨설팅 회사를 차린 계기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경영진단까지 받았는데도..’ 한숨 쉬는 경영인들을 숱하게 봐서였다. 수많은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책을 찾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컨설팅 회사의 경영진단을 받는다. 막상 컨설팅 회사가 찾아낸 최적의 해법을 시행해보면 회사는 맘 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LG화학 현장 실무자 시절 컨설팅 회사의 경영진단을 마지못해 따라본 경험이 많은 오 대표는 이유가 뻔히 보였다. 현장 실무진들이 움직이지 않는 탓이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던 일을 ‘오늘부터 이렇게 하라’고 바꾸라고 하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갖습니다. ‘외부인’인 컨설팅 회사의 ‘지시’에는 더 강하게 반발합니다. 거부감을 없애야 컨설팅이 비로소 먹혀 들어가고 경영개선도 가능해 집니다.”

오 대표는 컨설팅 회사의 ‘큰 그림’과 현장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컨설팅 회사가 뜬다고 확신했다. 특히 PEF 운용사들의 M&A가 늘어남에 따라 PEF와 피인수기업을 연결하는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봤다. 회사가치를 높여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피인수기업의 거부감을 없애는게 중요한데 PEF에 회사가 팔리는 걸 반기는 임직원은 없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이후 ‘PEF=먹튀’라는 인식이 굳어진 탓이다. 노조가 물리적으로 PEF 경영진의 회사 접근을 막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PEF 운용역과 일반 컨설팅 회사 컨설턴트들은 부채비율 관리와 같은 재무적 구조조정의 달인이지만 공장 운영 및 관리(오퍼레이션)는 낯선 사람들이다. M&A를 하는 기업과 PEF가 반드시 회계자문과 법률자문을 받는 것처럼 ‘오퍼레이션 자문’이 필수가 되는 날이 올 것으로 오 대표는 내다봤다. 그의 예상대로 현장 운영과 관리를 컨설팅해달라는 고객회사들은 점점 늘었다. 창업 10년 만에 룩센트의 고객회사는 MBK IMM PE 등 11개 PEF 운용사를 포함해 42개로 늘었다. 지금까지 진행한 경영진단으로 절감한 금액은 4830억원에 달한다. 평균 절감률은 7.7%로 건당 115억원의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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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센트는 통역사다

현장 실무자들을 움직이려면 익숙한 일을 바꾸지 않으려는 심리적인 저항을 제거해야 함을 룩센트 컨설턴트들은 경험으로 알았다. 그러려면 현장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파악해야 했다. ‘현장의 관점에서 1/100(Cent)까지 세밀하게 본다(Look)’는 사명에 이런 룩센트의 철학이 녹아있다. 현장 출신들인 룩센트 컨설턴트들은 특히 투자은행가 및 경영 컨설턴트의 금융언어와 공장 노동자들의 현장언어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잘 알았다. 언어 차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는 걸 오 대표는 숱하게 봐왔다. 경영인과 현장을 잇는 통역이 필요했다. ‘이런 문제가 있으니 이렇게 고치라’는 일반 경영 컨설팅 회사들의 ‘톱 다운(상명하달식)’ 방식은 반발을 키울 뿐이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문제제기가 틀려서가 아니라 거슬려서다. 실무자의 동의를 얻으려면 현장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는 ‘보텀 업(상향식)’ 방식이라야 했다.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1년간 재고를 10% 줄입시다’라는 경영진의 언어를 룩센트는 ‘지금까지 3개 업체에서 받던 구매채널을 6개로 늘려 재고를 10% 줄입시다’라고 현장에 통역한다. 2015년 대한전선의 경영진단을 맡았을 때는 현장 실무자들의 언어를 ‘전략적 입찰’과 ‘선제적 밸류엔지니어링(VE)’으로 통역했다. ‘가격을 후려치는 경쟁사들에 맞서 중요한 고객을 잃지 않으려면 때로는 저가수주도 필요하다’는 현장 실무자들의 주장을 경영진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전략적입찰’은 기준가격을 고수한 결과 납품이 줄어 공장가동률이 50~60%에 불과하니 중요한 고객에게는 싸게 팔더라도 점유율과 공장가동률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해당 지역의 점유율이 왜 중요한 지, 공장 가동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선제적VE’는 제조비용 변화 누적 데이터를 토대로 기술변화에 따른 원가절감 가능성을 미리 반영해 입찰경쟁에서 제시하는 가격을 낮추자는 분석이었다. 룩센트의 경영진단을 통해 대한전선은 173억원을 줄일 수 있었다.

그만큼 현장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제안들이었다. 2016년 골판지 제조회사인 태림포장의 경영진단을 맡은 최병식 룩센트 이사와 팀원들은 1년간 지구 반바퀴인 2만6430km를 달렸다. 이 회사 공장이 북으로는 경기도 포천에서 남으로는 경남 마산까지 전국 12개 지역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12개 공장을 전부 도는데 2주일이 걸리는데 이들의 첫 1년간 공장 방문 횟수는 200회를 넘는다. ‘룩센트(현장에서 세밀하게 본다)’하기 위해서였다.

2014년 오비맥주는 경영진이 먼저 룩센트를 찾았다. ‘구매에 문제가 있는 건 알겠다. 할 수 있는 시도는 다 해봤지만 도저히 못찾겠다.’고 했다. 구매도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르므로 더 많은 공급업체들을 입찰경쟁에 참여시키면 원료를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오비맥주는 구매팀 인력이 부족해 더 많은 원료업체를 찾지 못한다는게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기존 거래처 1~2곳이 입찰하는 구도가 바뀌질 않았다.이주명 상무의 팀은 인터넷과 전화번호부를 샅샅히 뒤져 국내에 존재하는 원료업체 20여곳을 찾아냈고 오비맥주에 납품의향이 있는 업체 4곳을 발탁해 경쟁구도를 5~6곳으로 바꿨다.

포장에 비용이 많이 드는 맥주사업 특성상 경영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봤다. ‘예쁘고 쉽게 찢어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불필요한 포장 비용을 줄여라’ 해서는 실무진을 움직일 수 없다. 포장 박스에 사용되는 종이의 종류와 두께, 인쇄방법 등에 대한 ‘디테일’을 꿰고 있어야 했다. 오비맥주는 포장박스 인쇄에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오프셋(Off-set) 인쇄방식을 쓰고 있었다. 디지털프린팅 기술의 발달로 보다 저렴한 그라비아 인쇄방식을 써도 일반인은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도 오프셋을 써도 비용에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생산량이 적던 시절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 역시 4명 뿐인 구매 담당자가 인쇄방식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보니 개선되지 않던 부분이었다. 이 상무가 오프셋과 그라비아 방식을 이해하기 때문에 눈에 보인 문제점이기도 했다.

‘컨설턴트가 뭘 알겠어’ 하며 대충 둘러대는게 룩센트에는 통하지 않는다. 현장을 찾은 PEF 매니저나 컨설턴트가 ‘설비 배치를 이렇게 바꿉시다’하면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을 바꾸기 싫은 실무자는 ‘그러면 화재의 위험성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재무전문가들은 화들짝 놀라 없었던 일로 할 수 밖에 없다. 비슷한 현장에서 일을 해본 룩센트 컨설턴트들은 ‘제가 삼성SDI 부산공장 시절 똑같은 설비로 작업을 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라고 받아칠 수 있다.

◆룩센트는 입주가정교사다

김영식 태림포장 대표(CEO)는 전 직장인 무림제지 총괄부사장 때부터 숱하게 컨설팅을 받아본 결과 ‘컨설팅은 의미없다’고 믿는 경영인이었다. 태림포장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벌일 때부터 인수팀으로 참여한 고용한 룩센트에 대해서도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그랬던 김 대표가 1년 후 최병식 이사와 그의 팀원들을 전략기획본부 임직원으로 임명했다. 컨설팅 회사의 프로젝트팀이 통째로 경영진단회사의 경영전략본부가 된 것이다. 전략기획 업무를 맡을 사람이 없는 중소기업 특성 때문에 김 대표가 구상한 고육지책이었지만 그만큼 룩센트를 신뢰한다는 의미였다. 상근 임원인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은 최 이사는 경영진단이 끝날 때까지 태림포장의 사업계획을 짜고 투자타당성을 검토했다. 그는 “컨설팅 회사의 컨설턴트가 경영진단을 맡은 회사의 전략기획본부장이 되고 신입직원 면접까지 본 경우는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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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센트에 대한 김 대표의 이미지가 바뀐 계기는 박스 수량 조작을 적발한 일이었다. 포장박스는 배송도중에 파손이 많기 때문에 태림포장은 박스 100장을 주문 받으면 넉넉하게 120장을 출하했다. 그런데도 매월말 1000장을 주문했는데 950장만 왔으니 50장 분량의 대금은 지불 못하겠다는 고객사들이 있었다. 주문한 수량을 다 받고도 대금을 깎으려는 상습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고객회사가 전국에 흩어져 있고 출하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시스템이 없는 태림포장은 그때마다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1년간 지구 반 바퀴를 돌며 실무자를 인터뷰한 최 이사는 회사와 고객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팀원과 태림포장 영업사원이 모두 달라 붙어 전체 출하량을 일일이 세어보기로 했다. 2015년 겨울 살을 에는 바닷바람과 호숫바람이 번걸아 들이치는 경기도 시화공단 박스 적재장에서 그렇게 두 달을 보냈다. 다음달 최 이사가 고객회사별로 출하된 박스 수량이 적힌 장부를 들이밀자 또 ‘주문량보다 적게 왔다’던 ‘진상고객’이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컨설팅 회사들에 대한 경영인과 현장 실무자들의 공통된 불만은 ‘구매 채널망을 30% 줄여 유통비를 10% 절감하라’식의 과제만 던져줄 뿐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룩센트는 태림포장의 박스수량 조사와 같이 프로젝트 기간 내내 아침식사 빼고는 매끼 회사 직원과 먹을 정도로 경영개선과제를 함께 한다. 일반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들의 경영진단이 ‘합격비결을 알려주지만 공부는 스스로의 몫’인 입시설명회라면 룩센트는 책상머리에 마주앉아 함께 공부하는 입주 가정교사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이후 경영진단효과는 약 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원료값은 오르고 골판지 가격은 떨어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태림포장의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EBITDA)은 2015년 420억원에서 지난해 770억원으로 올랐다. IMM PE가 태림포장을 인수할 때 업계에선 ‘골판지는 태림포장이 1위, 골판지용 제지는 경쟁사가 1위’라고 했다. 지금은 그 경쟁사가 “회사가 어떻게 이렇게 단시간에 좋아졌는지 벤치마킹하고 싶다” 할 정도로 두 부문 모두 1위가 됐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