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7일 09:36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5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차환발행을 놓고 시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외평채 발행으로 올해 외화채를 발행할 예정인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올해 외환수급안정을 위해 외채상환 방침을 세운 가운데 다시 차환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일 외평채 발행 주관사로 국내외 증권사 8곳을 선정했다. 4월과 9월에 각각 15억달러, 10억달러씩 만기 도래하는 외평채를 차환발행하는 목적이다. 발행 규모와 만기·통화 등은 아직 미정이다. 이달 16일 만기가 돌아오는 15억달러는 일단 보유 자금으로 상환한 뒤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관사 선정해서 발행 준비는 하지만 5월 이후 시장상황에 따라 발행을 할지 안할지 결정할 것"이라면서 "준비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발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외평채 발행 여건은 작년보다 좋다. 외평채 가산금리(신용스프레드)가 지난 1일 0.58%포인트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했던 지난해 9월 연 4.023%보다 낮은 3%대로 발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정부의 외환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굳이 외평채를 발행할 필요가 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신용도 높은 외평채로 해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국내 기업들의 외화채 발행 여건이 안좋아진다는 것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다른 신흥국 경기가 불안하다보니 한국 채권은 이미 인기가 높다"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외평채에 투자하면서 다른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평채 발행 전후로 민간 기업들의 발행이 제한되면서 발행 일정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피해도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외평채 발행 이후 그동안 제한됐던 기업들의 외화채 발행이 몰리면서 한 주에 2~3개 기업이 발행하기도 했다.

올해 해외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 재무 담당자는 "투자자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외평채와 발행 시기가 비슷할 경우 일반 기업의 해외채 투자자 모집에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외평채 발행 시기가 결정된 후에 발행을 진행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외평채 발행 목적으로 내놓는 한국에 대한 대외신인도제고와 외화채권 벤치마크 형성도 불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였던 2009년에 발행한 외평채는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한국 경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활발히 외화채 발행하고, 대외신인도도 좋은 현재 상황에서는 외평채 발행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외평채 발행이 정부가 올 초 내세운 외채상환 방침과 상반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계획에서 외환수급 안정을 위해 공공기관의 외채상환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외화유동성이 넘치는 만큼 차환발행이 아닌 순상환을 통해 외화보유고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달 외채 감소 효과와 늘어난 외화보유액 활용을 위해 외평기금 중 100억달러를 국내 기업들에게 대출해주기로 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외평기금 규모가 너무 커서 운용 기회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이 있어 외채를 줄이고 외환시장 안정성에 도움이 되는 기업 대출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외평채는 일반 기업들처럼 투자자금 마련이나 기존 대출 상환을 위해 발행되는 것이 아닌 만큼 조달한 자금으로 안정적인 선진국 국채 등에 투자한다. 선진국 국채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외평채 조달금리보다 낮다보니 운용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평채로 조달한 자금 운용수익은 만기 전체로 따져야 한다"면서 "현재는 저금리 기조라 투자 손실이 있지만 향후 금리 상승세를 고려하면 손실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말 기준 3517억9000만달러로 8개월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도 작년말 32.7%로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