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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2 18:13
  • 수정 2017-09-12 18:43

[마켓인사이트]골드만 출신 PEF 콤비, 1년 만에 211억 번 사연

유니슨, 구르메F&B LF에 팔아 211억 차익
'절대 안판다'던 창업자에 1년간 마당쇠·감성 마케팅
신사업진출 LF에 팔아 '임직원 고용보장' 약속 지켜

   이 기사는 09월12일(16:4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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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매니저로 변신한 전직 골드만삭스 투자은행가들이 149억원에 산 회사를 되팔아 1년만에 211억원을 벌어들였다. 글로벌 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의 김수민 대표와 신선화 전무의 이야기다. 

유니슨은 지난 6일 구르메F&B코리아 지분 71.69%를 패션업체 LF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가격은 360억원. 작년 9월 149억원에 이 회사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기업가치가 두 배 넘게 불었다. 구르메F&B는 유럽산 치즈 버터 푸아그라 등을 국내 호텔과 백화점 마트에 판매하는 회사다. 고급 식자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느는 트랜드를 정확히 읽고 지배구조 개선, 물류비용 절감, 온라인사업 및 브랜드 강화, IT시스템 구축 등 기업가치 개선작업을 더해 영업이익을 두 배 이상 늘린 덕분이었다.

유니슨은 2014년 6월 국민연금을 주요 투자자(LP)로 끌어들여 3000억원 규모로 시작한 PEF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차 브랜드 공차와 예식장 아펠가모, 공간 서비스업체 토즈,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회사 에프앤디넷 등을 사들였지만 투자금 회수(엑시트)는 구르메F&B가 처음이었다. 

구르메F&B의 성공은 ‘눈 뜨자 대박’인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었다. 창업자의 고뇌와 유니슨 매니저들의 끈기가 만들어낸 휴먼드라마였다. 구르메F&B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서재용 대표는 업계에서 가장 만나기 힘든 경영인으로 유명했다. 국내 특급호텔의 식자재 구매담당 호텔리어였던 그가 1998년 전세계 요리를 맛보며 정열적으로 살아가는 뉴요커들이 누리는 식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겠다는 열망으로 1998년 서울 이태원에 문을 연 구르메F&B는 그의 분신이었다. 맛집열풍이 불어닥치면서 기업가치가 치솟기 시작한 회사를 팔리가 없었다.   

일류 투자은행에서 대기업과 대형 PEF의 최고경영진만 상대하던 김 대표와 신 전무에게도 낯선 과제였다. 김 대표의 마당쇠 같은 우직함과 신 전무의 감성이 식자재 유통업체와 PEF의 결합을 가능하게 했다. 교포와 조기유학파가 주류인 골드만삭스에서 드물게 ‘토종’인 김 대표와 때론 여동생 같은, 때론 딸 같은 감성으로 남성들만의 리그인 IB업계에서 임원(상무)의 지위에 오른 신 전무 모두 어깨에 힘주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골드만삭스에서 영입했다”는 신 전무는 특히 두 아이의 엄마이자 롯데그룹 등 소비재그룹을 담당하는 뱅커였던 만큼 식재료 유통업에는 조예가 깊었다.

두 사람은 인수자 이전에 단골이 됐다. 주말 브런치는어김없이 구르메F&B가 운영하는 식료품 판매점 겸 레스토랑인 유로구르메에서였다. 서 대표와 안면을 트고부터는 자녀 진로상담까지 도맡았다. 서 대표도 실은 일부 대기업의 고급 식자재 사업 진출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끼던 때였다. 대표 한 사람의 역량에 회사와 임직원의 명운을 거는 대신 보다 체계적으로 회사를 키우자는 유니슨의 제안은 설득력이 있었다. 

서 대표의 맘이 움직인건 1년뒤 70번째 만남에서였다. ‘인수하는 회사에 중복되는 사업부가 없어서 임직원들의 고용이 보장될 것’이 매각조건이었다. 1년후 유니슨은 여러 인수후보들 가운데 고급 식자재 사업에 새로 진출하려는 LF에 팔아 약속을 지켰다.

정영효/유창재 기자 hugh@hankyung.com